바히드 할릴호지치(65) 전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질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일본축구협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21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한 할릴호지치 감독은 예정대로 27일 오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만석을 이뤘으며, 중계 카메라만 30대가 넘게 등장했다. 

이날 통역사와 함께 자리에 앉은 할릴호지치 감독은 "약 3년간 일본에 머무는 동안 나와 내 가족은 일본을 사랑하게 됐다"라고 운을 뗀 뒤 "헌데 이런 식으로 떠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해임 후 내 인생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일본에 왔고, 일본을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다"라고 자신의 성과를 강조한 후 해임 과정을 "존중이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해임 사유 중 하나였던 선수들과 소통 문제에 관해서는 "소통은 매일 이뤄졌다"라며 "3년 동안 대표팀의 누구와도, 특히 선수들과 불화는 없었다. 해외에 있는 선수들과도 항상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경질을 통보받을 당시 내가 '어떤 선수와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전반적으로'라는 애매한 답이 돌아왔다"라고 불화의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자신의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표팀의 수비수 마키노 도모아키에게 받은 문자를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문자에는 "일본축구협회의 결정에 실망했다.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엄격한 지도를 받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발전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의 월드컵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성적 문제에도 입을 열었다. 할릴호지치호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이후 진행된 지난해 10월 아이티전을 시작으로 브라질, 벨기에, 말리, 우크라이나 등과 친선 경기에서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했다. 2017년 EAFF E-1 챔피언십에서는 한국에 1-4 대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월드컵을 목표로 공격진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었다. 좋은 교훈을 도출한 경기였다. 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데이터를 쌓을 수 있어 개인적으론 만족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축구협회의 일방적 경질 통보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소리를 높였다. 그는 "만약 내게 문제가 있었다면 왜 어느 누구도 내게 그에 관해 말해주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