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0일 지휘봉을 잡은 이을용 감독대행은 두 경기 연속 외국인 공격수인 에반드로와 안델손을 각각 왼쪽과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세우고, 박주영을 가운데 놓는 스리톱을 단행했다. 종전엔 에반드로가 원톱으로 나서면서 조영욱과 안델손 고요한이 측면 윙어를 맡았다. 이 대행은 그 동안 외면받았던 베테랑 박주영을 적극 활용하면서 스피드 좋은 외국인 공격수들을 측면에서 세웠다. 이런 변화는 특히 5일 어린이날을 맞아 3만6788명(유료 2만9617명)을 불러모으고 치른 슈퍼매치에서 톡톡한 효과를 봤다. 에반드로의 왼쪽 돌파에 이은 안델손의 마무리를 통해 전반 두 골이 연달아 터졌다. 박주영은 두 브라질 공격수 사이에서 연계 플레이와 패스, 상대 수비를 끌고 나오는 모습 등으로 윤활유 역할을 했다. 역삼각형 중원에 나란히 선 고요한과 신진호도 앞 쪽으로 나오면서 서울의 공격이 좀 더 위력적으로 바뀌었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경남전에서도 득점은 없었으나 공격 템포와 찬스 만들기가 향상됐다. 

이 대행은 수원전 직후 “내가 원하는 축구는 측면 스피드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윤승원(24) 조영욱(19) 등 젊은 공격수들이 후반 조커를 담당, 공격의 활력을 유지시키려는 게 이 대행의 생각이다. 여름이적시장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 대행은 기존 선수를 재구성해서 라인업을 짤 수밖에 없다. 골잡이 부족 등의 제약이 있지만 득점 증가를 위한 최대공약수를 산출, 경남전과 수원전에 시험 가동했다. 내용과 결과가 모두 괜찮았다. 훈련장의 공기를 가볍게 바꾼 것도 이 대행 부임 뒤 터닝포인트가 되고 있다. 부주장 고요한은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수들이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행은 서울에서 3년 6개월간 선수 생활을 했고, 지난해부터 2군 코치 등을 하고 있어 서울의 문화를 잘 안다. 이 점이 짧은 시간 내 선수들의 무거운 마음 가짐을 빠르게 털어내는 촉매가 되고 있다.

서울은 주중 경기가 없는 11일까지 숨을 고른 뒤 12일 강원 원정, 20일 전북과 홈 경기를 벌인다. 이 대행이 현역에서 은퇴할 때 구단이었던 강원은 올시즌 득점 2위(20골) 실점 공동 1위(23실점)를 기록하는 등 난타전을 많이 벌이고 있다. 선두 전북은 말이 필요 없는 최강이다. 두 경기에서 내용이 나아지고, 의미 있는 승점을 얻는다면 서울은 월드컵 휴식기 이후 가파르게 반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