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유한준이 19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sk전 1-4로 뒤진 6회말 무사 주자 1, 3루 상황에서 SK 선발 산체스의 4구째를 공략, 동점 3점 홈런을 쏘아올렸다. 유한준이 덕아웃에서 환영받고 있다.

부담을 더니 날개가 돋쳤다.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로 등극한 KT 유한준(37)의 얘기다.

유한준은 2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KBO리그 KIA와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3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4-3의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8회말에는 KIA 마무리 김세현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으며 강렬한 인삼을 남겼다. 3연속경기 홈런포를 가동하며 ‘한 방’의 힘을 제대로 과시했다. 유한준은 그동안 ‘소리 없이 강한 남자’로 불렸지만 최근 그의 모습은 ‘대놓고 강한 남자’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KT 김진욱 감독은 유한준의 올시즌 상승세 비결로 ‘줄어든 부담감’을 꼽았다. 김 감독은 “유한준이 지난해에는 박경수와 함께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그러나 올해는 그 부담감을 나눠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시즌 KT는 프리에이전트(FA)로 황재균을 영입했고 ‘수퍼 루키’ 강백호까지 가세해 타선의 무게감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황재균은 이날까지 31경기에서 홈런 두 방을 포함해 11타점 타율 0.320, 강백호도 고졸(서울고) 신인으로는 나쁘지 않은 타율 0.264로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없는 살림’ 속에서 박경수와 둘이서 나눠야 했던 해결사의 부담감을 올해는 여러 선수가 나눠 짊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임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유한준은 이날 경기 후 “(주간)팀 5할 승률에 보탬이 돼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힌 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못쳐도 다른 선수들이 해주니까 한결 부담을 덜 수 있다. 심적으로 편안한 상황에서 경기 전이나 타석에서 준비하다보니 루틴이 잘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올시즌 상승세의 배경을 설명했다. 2연속경기 3안타 경기를 펼치는 등 식지 않는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개막 한 달이 지난 29일 현재 4할대 후반(0.477)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심리적 안정감이 주는 시너지 효과로 볼 수 있다. 

초반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유한준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표정이다. 그는 “10경기가 남은 상황이라면 신경쓰겠지만 아직 100경기가 넘게 남았다. 언젠가는 떨어질 타율이다. 그때가 되면 초연하게 받아들여야하지 않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는 유한준이 새로운 해결사로 자리매김하며 어느 팀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타선을 구축했다. 최근 5경기에서는 5인 선발 로테이션까지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라 지난해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 했다.

소리 없이 강한 유한준의 존재감이 새삼 크게 부각되고 있는 K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