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한국 여자 탁구의 '샛별' 김나영(172위·포스코에너지)이 중국 탁구가 아끼는 특급 유망주를 꺾고 생애 첫 성인 국제대회 우승 기대감을 높였다.

김나영은 17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돔 스포르토바에서 열린 대회 닷새째 여자 단식 2회전(16강)에서 콰이만(35·중국)을 3-2(11-7 11-4 8-11 5-11 11-9)로 제압했다.

이로써 김나영은 지난해부터 활약한 국제대회 성인 무대에서 처음으로 단식 8강에 올랐다. 3승을 더 거두면 생애 첫 성인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한다.

'탁구 최강' 중국 선수를 처음으로 꺾고 오른 8강이어서 더 값진 결과다. 김나영은 이전까지 성인 무대에서 중국 선수를 단식과 복식에서 한 번씩 만나 모두 졌다.

게다가 이번에 상대한 콰이만은 천멍(1위), 쑨잉사(2위)에 이어 중국 여자탁구를 이끌어 갈 '차세대 에이스'로 첫손에 꼽히는 유망주다.

왼손잡이에 단식, 복식, 혼합복식을 가리지 않고 경쟁력을 보여온 콰이만은 2021년 중국 프로리그에서 천멍을 꺾는 파란을 일으켜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남자 세계랭킹 1위 판전둥(중국)이 국제대회에서 콰이만과 혼합복식을 이뤄 '밀착 지도'할 정도로 중국 탁구계는 콰이만을 아낀다.

벌써부터 콰이만이 2024 파리 올림픽 대표로 선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그를 향한 중국 팬들의 기대감은 크다.

콰이만의 실력은 '랭킹'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현재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드는 중국 선수 중 유일한 10대 선수다.

하지만 이런 콰이만을 172위 김나영이 보란 듯이 무릎 꿇렸다.

김나영은 2005년생 17세, 콰이만은 그보다 한 살 많은 18세다.

두 선수가 이대로 커간다면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마주칠 일이 잦을 터다.

첫 대면부터 김나영이 제대로 기선제압을 해낸 셈이다.

올해 종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고 프로탁구(KTTL)에서 소속팀 우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등 크게 두각을 나타낸 김나영을 향한 팬들의 기대치는 이번 승리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나영은 독일의 중국계 베테랑 샤오나 샨(25위)과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샨은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독일 여자 대표팀의 일원으로 여자 단체전 8강에서 한국에 패배의 아픔을 안긴 바 있다.

올해 처음 국가대표로 뽑힌 김나영이 선배들의 '복수'를 해낼지 주목된다.

이번 대회 남녀 단식에서 살아남은 한국 선수는 김나영이 유일하다.

이시온(95위·삼성생명)은 16강에서 대만의 베테랑 정이징(29위)에게 2-3(8-11 11-6 8-11 11-5 12-14)으로 아깝게 졌다.

남자 단식 16강에서는 '남자 에이스' 장우진(37위·국군체육부대)이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단체전 은메달리스트인 파트리크 프란치스카(12위·독일)에게 2-3(11-7 6-11 18-16 8-11 14-16)으로 져 아쉽게 탈락했다.

다만, 장우진은 조대성(삼성생명)과 짝을 이뤄 출전한 남자 복식에서는 준결승에 올라있다.

장우진과 조대성은 준결승에서 시노즈카 히로토-오이카와 미즈키 조와 '한일전'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