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벽은 높았다. 신태용호가 북아일랜드, 폴란드와의 유럽 원정에서 ‘2연패’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28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간) 폴란드 호주프에 위치한 실롱스키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와의 3월 A매치 평가전에서 2-3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북아일랜드전에 이어 2연패를 기록하며, 유럽 팀들과의 격차를 실감했다.

그러나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플랜 A’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수비 불안과 4백 보호 실패, 손흥민이 집중견제에 시달리는 등 숙제를 남겼지만,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보여준 공격 작업은 유럽 팀을 상대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폴란드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이날 폴란드를 상대로 3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레반도프스키가 최전방에 버티고 있는 폴란드를 상대로 수비를 점검하고, ‘플랜 B’를 테스트한 것이다. 신태용 감독도 “전반전에는 3백으로 가려고 했었다”며 전 후반 다른 전술로 실험을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전반전 사실상 5백에 가까운 대영을 갖추면서 상대의 공격을 막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전반 32분 레반도프스키의 정확한 헤딩 슈팅에 선취 득점을 허용했고, 설상가상으로 김민재가 부상을 당했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김민재를 빼고 황희찬을 투입하며 4-4-2 전형으로 변화를 줬다. 결과적으로 전반전에만 2골을 내주며 3백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맞는 옷’을 입고 나선 후반전에는 북아일랜드전과 같은 유기적인 공격 전개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민재의 부상으로 교체 투입된 황희찬이 손흥민과 투톱을 이뤘고,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은 것이다. 황희찬은 최전방에서 시원시원한 돌파와 슈팅으로 폴란드 수비진을 괴롭혔고, 그 덕분에 전반전 고립됐던 손흥민도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은 ‘플랜 A’인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을 때 훨씬 위협적이었다. 유럽 팀들을 상대로 내려앉기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태용 감독도 경기 종료 후 “플랜 B를 생각하며 3백을 가동했지만, 하루 정도 3백을 훈련한 것으로는 수비 조직력을 다지지 못했다”며 플랜 B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직접 뛴 손흥민도 “스리톱을 섰을 땐 혼자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투톱으로 변화를 준 뒤 (황)희찬이의 움직임이 좋았다. (황)희찬이가 수비 뒤로 움직이면서 공간을 많이 얻었고, 나에게도 공간이 생겼다”며 4-4-2 전형으로 변화를 준 뒤 훨씬 수월해졌다고 평가했다.

물론 상대에 따라 다채로운 전술을 구사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극대화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시간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유럽 원정은 신태용호에 확실한 방향을 잡아줬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유럽 원정을 마친 신태용호는 29일 귀국해 해산한 뒤, 오는 5월 다시 소집된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르는 최종 모의고사인 만큼 5월 소집 전까지는 전체적인 밑그림과 그림을 어떤 색으로 채워갈 지, 구체적인 방안을 완성해야 한다. ‘플랜 A’ 집중과 ‘플랜 B’ 병행을 두고 고민에 빠진 신태용호, 신태용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