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이하 여왕기)가 ‘우먼 파워’로 물들었다.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제26회 여왕기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여성들의 힘이 크게 느껴지고 있다. 여성 지도자들이 이끄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애 감독이 이끄는 경기 단월중학교와 김유미 감독이 이끄는 강원 화천정산고등학교가 각각 중·고등부 결승전에 진출했고 유영실 감독이 이끄는 대전 대덕대학교도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성 지도자들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여성 선수들의 시너지가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성 지도자들이 가장 크게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공감’과 ‘소통’이다. 같은 성별이다 보니 아무래도 서로의 성향을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대화를 나누기도 훨씬 편하다는 평가다. 경기 외적으로는 부드럽게 선수들을 이해하고 감싸면서도 경기가 시작되면 남성 지도자들 못지않은 카리스마와 목청으로 학생들을 지휘한다. 26일 사실상 대학부 결승전이나 다름 없던 울산과학대학교와 경기에서 4-1로 승리를 거둔 대덕대 유 감독도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경기 중엔 끊임 없이 선수들에게 큰 외침을 가하던 유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엔 누구보다 먼저 그라운드로 나가 학생들을 다독이며 격려했다. 

유 감독은 “같은 성별이다 보니 서로 너무 많은 것을 디테일하게 안다. 깊게 알고 있는 부분을 대화를 통해 잘 나눈다면 큰 힘이 된다. 깊게 알고 소통이 잘 되는 부분이 장점이다”라며 “중·고등부에서도 여성 감독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 후배들이 나름대로 성장하면서 성적을 내고 있고 나도 고등학교에서부터 올라온 케이스라 옛 생각이 많이 난다. 후배들이 더 성장해서 수준을 높이는 부분도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어른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대부분 여자 코치들이 선수들을 인솔한다. 이번 대회에서 초등부 따오기그룹 우승기를 들어올린 전남 광양중앙초등학교에도 무려 7년간 선수들과 함께 한 조유비 코치가 있었다. 득점상을 받은 광양중앙초 지애의 어머니 이선경 씨는 “조 코치님이 굉장히 오래 계셨다. 코치님을 보고 아이들을 맡긴 부분도 있다”고 귀띔했다. 

중·고등부보다 훨씬 더 아이들 곁에 있는 시간이 많은 초등부 여자 코치들이다. 조 코치는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챙기고 관리하는 부분은 여성 코치들이 많이 맡는다”라며 “입는 것부터 먹는 것, 자는 것 모두 다 관리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개인 시간이 줄어든다는 힘든 점은 있지만 조 코치는 “여자 선생님들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아이들을 보다 밀착해서 관리하다 보니 스타일이나 성향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훈련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