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선수들은 20일 팬들과 함께 한 '2022 곰들의 모임'을 끝으로 마무리 캠프를 종료한다.

선수들은 두 달의 휴가를 얻었지만, 이승엽(46) 두산 감독은 "나는 비활동 기간에도 웃고 즐길 수는 없다"며 "많이 고민하라고, 두산에서 나를 사령탑에 앉게 한 것 아닌가"라고 '감독의 무게'에 관해 말했다.

이날 이 감독은 사령탑 부임 후 처음으로 두산 팬들과 인사했다.

사인회를 열어 팬들과 짧은 대화를 하고, JTBC 최강야구 몬스터즈와 이벤트 경기를 치르기 전에는 '공식 취임 인사'도 했다.

이 감독은 "두산 유니폼 입고 처음 팬들을 뵙는 자리여서 어색하긴 했다. 팬들을 자주 찾아뵐 기회가 있을 테니, 점점 익숙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엽 감독은 조심스러워했지만, 이미 두산 팬들은 그를 '우리 감독'이라고 부른다.

사인회에서도 이승엽 감독은 선수들보다 많은 인기를 누렸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린 슈퍼스타 이승엽은 두산 사령탑으로 취임하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선수 때부터 자신을 혹독하게 대했던 '미스터 책임감' 이승엽 감독은 사령탑이 되면서 더 무거운 책임감들 느낀다.

그는 "(지난달 14일) 감독 계약을 하면서부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비활동 기간에도 코칭스태프, 프런트와 자주 대화하며 2023시즌을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희망도 보인다.

이승엽 감독은 "약 한 달 동안 선수, 코칭스태프와 마무리 훈련을 함께했다. 선수들이 정말 '말리고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며 "마무리 캠프 막판 4∼5일 정도는 훈련 강도를 낮출 정도였다. 마무리 캠프는 정말 만족한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사령탑 부임 후 첫 공개 훈련을 한 10월 24일, 이승엽 감독은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선수들을 바라보는 이승엽 감독의 눈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물론 이승엽 감독은 쉼표를 누를 생각이 없다.

이 감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마무리 캠프가 끝났지만, 내년 2월 1일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 전까지 선수들이 그동안 다진 몸과 마음을 더 견고하게 다져야 한다"며 "감독, 코치와 함께 훈련할 수 없는 두 달(12월과 1월) 동안 어떻게 몸 상태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2023시즌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하루를 쉬면 이틀, 사흘을 쉬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몸"이라며 "자신과 타협하지 말고, 자신과 구단 트레이너들이 정한 목표에 따라 비활동 기간 훈련을 잘 소화했으면 한다. 그 시간을 잘 견디면 일취월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은 내년 2월 1일부터 호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연다.

이승엽 감독은 구단에 "최대한 많은 선수와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싶다. 내가 직접 봐야 정규시즌에 그 선수를 더 적절하게 기용할 수 있다"고 요청했다.

두산 구단도 이승엽 감독의 뜻에 따라, 대규모의 선수단을 꾸려 스프링캠프를 열 계획이다.

마무리 캠프 마지막 날인 20일 최강야구와의 이벤트 경기에도 이승엽 감독은 '자존심'을 걸었다.

이승엽 감독은 두산 사령탑에 오르기 전 최강야구의 감독으로 일했다.

"최강야구는 한국의 어린 선수들에게 굉장히 좋은 메시지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오랫동안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전하면서도 이 감독은 "이벤트 경기지만, 내가 두산에 와서 처음으로 경기를 지휘한다. 양보할 수 없다. 꼭 이기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