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미국인으로 태어나 이번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각각 한국 대표팀과 일본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내야수 토미 현수 에드먼과 외야수 라스 눗바(이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절친한 친구다.

한일전 승패에 '1년 내내 놀릴 권리'를 내기로 걸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에드먼은 "한국 야구에 한일전이 갖는 의미를 알고 있다"며 한일전 필승 의지를 다졌고, 눗바 역시 "다른 유니폼을 입었으니 대회 기간에 에드먼과 나는 친구가 아니다"라며 받아치기도 했다.

결국 내기의 승자는 눗바가 됐다.

한국은 10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조별리그 일본전에서 4-13으로 완패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줄곧 1번 타자 2루수를 지키는 에드먼은 이날 한일전 역시 같은 자리에서 시작했다.

출루에 집중하고 기회를 연결해줘야 할 에드먼은 타석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1회 첫 타석에서 내야 땅볼로 아웃됐고, 3회에는 우익수 쪽 직선타로 출루에 실패했다.

특히 3회 타석은 에드먼이 대표팀에 합류한 뒤 가장 좋은 타구가 나왔지만, 야수 정면으로 향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이 3-4로 역전을 허용한 5회 타석이 아쉬웠다.

선두타자 최정이 출루하자, 벤치에서는 번트 사인이 나왔다.

초구를 그대로 보낸 에드먼은 2구째 번트에 실패한 뒤 강공으로 전환했다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메이저리그 통산 희생 번트가 3번밖에 없는 에드먼의 작전 수행 능력에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다.

수비에서도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2회 원아웃에서 요시다 마사타카의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잡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1루에 악송구해 주자를 2루까지 보냈다.

마운드에 있던 김광현이 후속 타자 2명을 삼진으로 정리해 실점은 피했어도, 자칫하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뻔한 장면이다.

반면 일본의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한 눗바는 인상 깊은 활약을 했다.

일본이 0-3으로 끌려가던 3회 무사 1, 2루에서 중전 안타로 타점을 냈고, 6회에는 무사 1, 3루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기회를 연결했다.

수비에서는 5회 1사 1루 김하성의 짧은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건져내 한국 벤치에는 아쉬움을, 일본 벤치에는 환희를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