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에 세계 축구 강국이 모였다. 축구를 매개체로 한 자리에 모였지만 서로 문화, 습성, 종교 등이 달라 곧잘 충돌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번 대회 역시 그라운드 밖 논란으로 시끄럽다.

논란의 첫 테이프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가 끊었다. 마라도나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전을 앞두고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한국 관객을 향해 눈을 찢는 듯한 제스추어를 취했다. 인종 차별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비난을 받았다. 지난 18일 독일과 멕시코전에선 멕시코 관중이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에게 ‘푸토(PUTO)’라는 동성애 비하 구호를 외쳤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멕시코 축구협회에 벌금을 부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19일 일본과 콜롬비아의 경기 후에는 콜롬비아 남성팬이 일본인 여성에게 스페인어로 ‘나는 매춘부’라는 말을 유도해 자신의 SNS(Social Network Service) 계정에 올려 비난을 받았다. 콜롬비아 정부가 직접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일본 정부에도 사과했다. 

지난 24일 열린 일본과 세네갈 경기에선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가 관중석에 등장했다. 욱일기를 흔들던 관중에 대한 제재도 없었다. FIFA는 욱일기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박종우는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그라운드를 돌다 FIFA로부터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스위스의 그라니트 자카와 세르단 샤키리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듯한 골 세리머니를 펼쳐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23일 세르비아전에서 나란히 골을 터뜨린 둘은 양손 엄지를 엇갈리게 잡고 손가락을 펼쳐 독수리 모양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했다. 독수리는 알바니아를 뜻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세르비아와 알바니아는 1990년대 코소보 독립운동 이후 코소보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됐다. 코소보 역시 2008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갈등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FIFA는 이들의 세리머니를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하지 않았으나 페어 플레이 정신에 위배되는 정당하지 않은 행동으로 보고 벌금을 부과했다.

FIFA는 예전부터 인종차별 방지 캠페인을 해왔고 경기장 내 정치적 행동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관중과 팬의 부적절한 행동에도 해당 국가 협회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조용한’ 월드컵은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