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후반기 대반전의 시작일까.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의 타격감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번즈는 19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펼쳐진 KT 위즈전에서 1-1로 맞서고 있던 4회초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지난 14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5경기 연속 홈런이다.  

찰나의 순간, 망설이지 않았다. 2사 2루에서 KT 선발 투수 금민철과 마주한 번즈는 133㎞ 짜리 직구가 들어오자 지체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크게 뜬 공은 여유롭게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0m의 홈런으로 연결됐다. 

번즈의 존재감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희미했다. 5월 31일까지 시즌 타율이 2할3푼9리에 불과했다. 수비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타격은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타자라는 타이틀이 민망할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타격 부진이 깊어지면서 수비까지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자 퇴출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야구계 안팎에서는 롯데가 번즈 교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롯데 더그아웃이 번즈 기살리기에 나섰다. 김승관, 정보명 타격코치가 번갈아가면서 번즈의 타격을 체크하고 조언을 했고, 조원우 감독까지 번즈를 상대로 1대1 과외를 했다. 동료들도 한마음이 됐다. 번즈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했다. 번즈가 안타를 치거나 팀 승리 때마다 취하는 독특한 포즈의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부진에 위축될 수도 있었던 번즈는 끈끈한 믿음 속에 이를 물었고, 결국 멋들어지게 반전을 이뤄냈다. 

조 감독은 "번즈가 최근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면서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상대 투수가 빠른 직구를 던질 때마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요즘엔 (배트에 공을) 잘 맞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번즈는 "시즌 초 부진이 있었지만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믿고 기다려줬다. 자신감을 계속 심어주셨다. 항상 잘하고 싶지만, 야구라는 게 참 쉽지 않다. 최근에 결과가 좋아 심리적으로도 편하다"고 말했다.  

번즈는 이날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9대7 승리에 일조했다. 지난 15~17일 번즈의 대활약 속에 시즌 첫 스윕(3연전 전승)을 기록했던 롯데는 4연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