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유지호 김경윤 기자 = 통합우승을 이끈 SSG 랜더스의 김원형(50) 감독은 비교적 차분하게 우승 인터뷰에 임했다.

극도의 중압감과 긴장감이 가시지 않은 탓인지 눈에 띄는 감정 표현은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2로 승리해 우승을 이끈 뒤 기자회견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마음을 굳게 품다 보니 행복한 순간에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어제 (구단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고 오늘은 선수들에게 더 큰 선물을 받았다. 참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SSG는 개막전부터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1위를 유지하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지만, 김원형 감독은 일 년 내내 큰 부담과 압박에 시달렸다.

최근엔 KS 우승을 못 하면 재계약에 실패할 것이라는 루머까지 돌았다.

이에 SSG는 KS 5차전을 앞두고 김원형 감독에게 재계약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원형 감독은 우승이 확정될 때까지 한치의 긴장감도 풀지 못했다.

김 감독은 "김강민이 울면서 다가와서 (그제야) 울컥했다"며 "올 시즌을 치르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생각보다 쉽진 않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 질문이 나오자 선발 투수 윌머 폰트 칭찬부터 했다.

김원형 감독은 "폰트는 홈런 2개를 허용하며 3실점 했지만, 8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큰 역할을 했다"며 "후안 라가레스, 최주환, 박성한 등 야수들의 호수비도 좋았다. 선수들의 집중력 덕에 우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 주루 플레이 중 햄스트링을 다친 한유섬은 우승이 확정된 뒤 펑펑 울더라"라며 "주장 한유섬은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제 역할을 했다. 주장을 잘 뽑은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전날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치고 KS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김강민에 관해선 "오늘 (어제 못한) 포옹을 했다. 서로 고맙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김원형 감독은 특별히 왼손 불펜 김택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투수 교체 타이밍이 중요했다"며 "불펜 문제는 우리의 아킬레스건이었지만, 김택형이 잘해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어 "김택형은 이제 야구를 좀 하는 것 같은데, 곧 입대할 예정이라 아쉽다"고 덧붙였다.

명승부를 펼친 상대 팀 홍원기 감독에게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원형 감독은 "솔직히 키움이 KS에 올라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붙어보니 쉽지 않았다"며 "다들 독기를 품고 뛰는 것 같았다. 홍원기 감독에게 존경심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