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로 팽팽하게 맞선 5회 주자 1, 3루에서 박용택이 타석에 들어섰다. 뒤 타자는 역시 좌타자인 김현수. 한승혁이 연속 폭투를 저지르면서 흔들려 교체가 필요할 때 KIA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좌완 불펜 투수 임기준이었다.

그런데 불펜에서 나온 선수는 임기준이 아닌 하준영이었다. LG팬들은 물론 KIA팬들에게도 낯선 이름. 하준영은 1999년생으로 지난해까지 성남고에서 던졌고 아직까지 1군에서 기록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초짜’ 투수다.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를 상대로 1군 데뷔전에 나선 하준영의 프로 무대 첫 번째 공은 홈 플레이트가 아닌 1루로 향했다. 호시탐탐 2루를 노리던 오지환의 의도를 간파하고 1루에 공을 뿌렸다. 오지환이 2루로 달렸지만 KIA 1루수 김주찬의 송구가 더 빨랐다. 이렇게 하준영의 1군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만들어졌다.

팀이 1점을 뽑아 3-2로 앞서간 6회 하준영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그의 임무는 박용택과 김현수 봉쇄였다.

박용택을 상대로 하준영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씩씩하게 꽂아 넣었다. 2구는 제구가 되지 않아 볼. 3구째 하준영은 변화구로 허를 찔렀다. 박용택의 띄운 공은 멀리 날아가지 않았고 우익수 뜬공으로 잡혔다.

다음 상대하는 타자는 김현수. LG는 물론 리그에서 통틀어 가장 잘 치고 있는 타자다. 김현수는 단단했다. 볼 카운트 2-2에서 바깥쪽으로 살짝 빠진 패스트볼을 골라 냈다. 하준영의 선택은 이번에도 체인지업이었다. 스트라이크 존에 떨어진 체인지업이 김현수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았다. 김현수가 포수 파울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준영은 오른손 타자 채은성과 대결을 앞두고 임기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하준영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7km까지 나왔고 결정구로 쓰일 수 있는 체인지업 그리고 견제 능력까지 보여 줬다. 비록 KIA는 3-4로 졌지만 하준영의 투구는 충분한 위안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