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 용병'의 기준은 몸값 대비 활약상이다.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와 타일러 윌슨은 올해 보장 몸값이 각각 120만달러, 80만달러다. 두 선수가 받는 200만달러는 10개팀 외인 투수 듀오 합계 몸값 순위 7위에 해당한다. 이 부문 1위는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와 팻딘으로 각각 200만달러, 92만5000달러를 받는 두 투수의 합계 몸값은 292만5000달러다. 

으뜸 용병 기준으로 보면 LG 소사와 윌슨은 최고의 듀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윌슨에 대해 현장에서는 "이렇게까지 잘 해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올해 KBO리그 신규 외국인 투수 10명의 평균 보장 몸값은 75만2500달러다. 윌슨은 평균과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과연 활약상도 그럴까. 윌슨은 9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6대0 완승의 주역이 됐다. 7이닝 동안 23타자를 맞아 4안타와 2볼넷을 내주고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시즌 5승(3패)을 따낸 윌슨의 평균자책점은 3.04로 크게 좋아졌다. 지난 3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9이닝 3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완투와 완봉승을 올리기도 했던 윌슨의 현재 컨디션은 올시즌 최강 에이스로 평가받는 소사에 버금간다.

윌슨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 다른 부문에서는 모두 '톱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 6위, 탈삼진(81개) 5위, 투구이닝(83이닝) 공동 5위, 이닝당 출루허용(1.17) 7위, 대체선수 대비승수(2.27) 4위에 올라 있다. 최근 4연승을 달렸고,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올시즌 등판한 13경기 가운데 퀄리티스타트는 11번이나 된다. 이는 소사와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이상 12번)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LG는 지난 겨울 외국인 투수 영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재계약 대상이었던 데이비드 허프는 일본으로 떠났고, 강속구 투수로 한때 LG에 몸담았던 레다메스 리즈는 팔꿈치에 문제가 발견됐다. 현역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우완 투수도 있었는데 조건이 맞지 않았다. 결국 소사의 파트너로 3순위 밖에 있던 윌슨을 영입할 수 밖에 없었다.  

윌슨은 2011년 드래프트 11라운드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지명을 받았다. 썩 각광받은 유망주도 아니었다. 2016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24경기를 나가 제법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에는 초반 8경기 등판 후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시즌을 마쳤다. 이러한 경력이 80만달러를 받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LG는 내심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윌슨 입단 당시 김현수는 "볼티모어에서 함께 했던 선수인데, 인성도 좋고 노력도 많이 하는 선수다. 실력이 있지만 기회를 못받은 것 같다"며 그의 잠재력을 언급했다. 스카우트팀은 윌슨이 프로 입단 후 별다른 부상이 없다는 점과 직구의 비중이 60% 정도로 높다는 걸 강점으로 꼽았다. 

즉 '뚜껑을 열어보면' 만족감 100%일 것이란 기대였다. 지금은 만족 수준을 넘어 소사의 뒤를 든든히 받히는 최강 2선발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