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상위권 그룹과의 차이가 뚜렷하다. 순위도 공동 9위. 그러나 KBO리그 홈런왕 순위표에서 자꾸만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에게 눈길이 가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9위 자리에 있음에도 그의 존재감이 심상치 않다. 특히나 최근 보여주고 있는 박병호의 엄청난 홈런 생산 능력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 특유의 '몰아치기' 가 시작된 듯 하다. 

박병호는 지난 26일 부산 롯데전에서 3회초와 9회초에 각각 솔로홈런과 투런 홈런을 날리며 시즌 16, 17호를 연달아 달성했다. 이 덕분에 홈런 레이스에서 드디어 한 자릿수대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26일 기준으로 박병호는 공동 9위다. 본격적으로 홈런왕 경쟁에 명함을 내밀려면 적어도 20개는 돌파해야 한다. 이미 6명이나 20홈런 이상을 기록 중이기 때문. 선두는 두산 김재환(26개)이다. 

박병호와 김재환의 사이에는 무려 9개의 간격이 있다. 매우 큰 차이지만, 그걸 쫓아가야 하는 인물이 '박병호'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나 '6월의 박병호'라고 조건을 세분화하는 순간, 그 간격이 더 이상 광활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6월의 박병호는 드디어 홈런 생산 능력을 각성한 듯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의 페이스가 매우 뜨겁다. 26일 멀티홈런을 포함해 박병호는 최근 10경기에서 무려 7개의 홈런을 쓸어 담았다. 리그 최강급의 홈런 생산능력이 아닐 수 없다. 같은 기간에 박병호보다 홈런을 많이 친 건 롯데 자이언츠 외인 타자 앤디 번즈가 유일하다. 9개를 쳤다. 하지만 번즈는 전형적인 홈런 타자가 아닌데다 본인 스스로도 그다지 홈런에 대해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그래서 엄청난 홈런 페이스에도 불구하고 홈런 레이스의 다크호스로 여겨지진 않는다.

반면 박병호는 좀 다르다. 올해 KBO리그로 컴백할 때부터 리그 홈런왕 판도를 바꿔놓을 강력한 변수로 주목받았기 때문. 그도 그럴것이 박병호는 2014~2015 시즌에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하며 KBO리그 토종 타자들의 홈런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놨다. 2012년부터 미국진출 바로 전 시즌인 2015년까지 KBO리그 홈런왕 자리는 오로지 박병호의 몫이었다. 그 누구도 그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KBO리그에서 떠나있던 2년 사이 홈런 타자의 지형도는 또 변했다. SK 최 정이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며 새로운 군주가 되어 있었고, 올해는 김재환의 배트가 무섭게 터져나오고 있다. 시즌 초반 종아리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하는 바람에 레이스에서 잠시 뒤쳐졌지만, 박병호도 최근 몰아치기를 시작하며 후배들을 무섭게 추격하는 중이다.  

매우 흥미로운 홈런 레이스 구도가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경쟁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리그의 새로운 활력소와 볼 거리가 충분히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병호가 분발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