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검증소 뉴스 "직접 보고 발굴해야죠" 발 벗고 나선 초등 지도자들
“선수를 만드는 과정의 시작은 초등학교잖아요.”
제26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이하 여왕기)의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밖에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환경이지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초등부 경기가 열리는 창녕스포츠파크 우포구장이다. 이제 막 축구를 시작한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결과보다는 축구를 하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에 지켜보는 사람들도 흐뭇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여자 축구의 현실의 민낯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냥 웃음 짓긴 힘들다. 아무래도 남자 축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여자축구는 선수 수급부터 쉽지 않다. 여느 스포츠가 그렇듯 선수 한 명을 만들어 내는 과정의 시발점은 유소년, 바로 초등학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 속에서도 여자 축구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들이 있다. 바로 초등부 현직 지도자들이다.
이번 여왕기에 참여한 서울 우이초등학교 최주연 감독도 그중 하나다. 최 감독은 “다른 학교도 그렇고 체육 시간에 아이들이 체육 활동을 하게끔 밖에 안 내보낸다. 운동장에 아이들이 안 나와있으니 재능 있는 애들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많다”라며 “그나마 모집할 수 있는 부분은 학교에 말해 가정통신문을 만들어 아이들 가방 안에 넣어주는 것이다. 그걸 본 부모님들이 보고 체크해서 연락오는 경우가 있다. 몸으로 뛴다고 해서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초등학생 여자 축구부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최 감독은 전학을 와야만 경기에 뛸 수 있는 부분도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는 “초·중·고를 아울러 여자 축구 팀은 서울에 각각 하나씩 밖에 없다. 만들고는 싶은데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타 학교에서 와 운동하는 아이들이 꽤 많지만 대회에 뛸 수 있는 아이들은 본교생 밖에 없다. 선수 수를 늘려놔도 제한적인 부분은 본교생이어야만 참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도 타 학교 아이들을 6개월~1년 동안 관리하면서 6학년 때만큼은 전학을 와야한다고 말하곤 한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최 감독은 결국 직접 발 벗고 나서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저녁 시간을 활용한 재능기부다. 최 감독은 “남자 팀 지도자들도 많이 알고 있다. 인근 지역 남자 축구 클럽 팀들이 운동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도자들 중 5~6명이 그 지역에 가서 근방의 여자 아이들을 모아 소수 인원이라도 팀을 꾸리고 축구를 가르쳐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자 축구에 대한 홍보가 많이 안 돼있는 상황에서 여자 축구 지도자들이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며 학부모들에게 여자 축구를 알리고 이를 통해 우이초와 교류도 활발히 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광주 하남중앙초등학교 시스템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 최 감독은 “광주 지역 남여 감독들이 학교에 가서 여자 아이들 피구 수업도 해주고 남자 아이들 축구 수업도 해주는 등 직접 눈으로 보고 발굴할 수 있는 작업을 한다더라. 이렇게 선수를 직접 눈으로 보고 운동 신경 있는 아이들을 발굴할 것만큼 좋은 게 없다. 보통 실내 활동을 많이 하다보니 감독이 직접 선수들을 발굴할 수 있는 부분 한계가 있다. 그걸 보고 나도 영향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고·대학교 사정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 감독은 “선수를 만드는 가장 시작은 초등학교다”라고 강조했다. 여자 축구의 발전을 위해 현직 지도자들이 발 벗고 나선 만큼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