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 감독 교체는 흔히 '도박'에 비유된다. 겨우내 만들어온 팀 전력과 구성은 새 사령탑 체제에서 제로베이스가 된다. 극약처방은 때로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는 묘수가 되기도 하지만, 침체의 늪으로 빠져다는 악수가 되기도 한다.

NC 다이노스는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전 직후 김경문 전 감독과 결별하고 유영준 단장을 감독대행으로 앉혔다. 하지만 지난 5~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드러난 NC의 경기력을 들여다보면 감독 교체 효과는 전무해 보인다.

NC는 롯데를 상대로 이틀 동안 두 자릿수 실점을 했다. 5일에는 6대12, 6일에는 5대10으로 졌다. 선발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5일에는 시즌 초반 에이스 노릇을 했던 왕웨이중이 5이닝 7실점 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6일에는 최성영이 1회에만 6실점을 하는 등 4이닝 7실점 했다. 선발 투수가 일찌감치 무너지고 불펜도 힘을 못쓰는 '패배 공식'이 그대로 이어졌다.

타선은 상대 선발진에 철저히 눌렸다. 롯데가 이틀 동안 마운드에 올린 노경은(7이닝 3안타 1홈런 2실점), 김원중(5이닝 5안타 2실점)에게 12이닝 동안 얻어낸 득점은 단 4점. 찬스 상황 마다 성급하게 배트를 갖다대면서 범타에 그치기 일쑤였다. 5일 롯데전에선 2-12로 뒤지던 8회말 4점을 뽑아냈다. 그러나 롯데 불펜이 '테스트용'으로 올렸던 조정훈이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1안타 3볼넷(1사구)을 내준 덕을 봤을 뿐이다. 

벤치의 미숙함도 그대로 드러났다. 5일 롯데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작전이 나왔다. 0-1로 뒤지던 4회초 무사 2, 3루에서 이대호를 자동 고의 4구로 출루시키며 무사 만루를 만들면서 왕웨이중이 이병규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고 흐름까지 넘겨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유 감독대행은 "코치님들과 대화해서 결정했다. 그날 경기의 포인트 같더라"며 "이대호가 첫 타석에서 홈런을 쳤고, 평소 왼손 투수에 강점이 많은 선수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크지 않은 점수차였던데다, 후속타자 이병규 역시 좌타에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2할9푼6리를 기록한 만만치 않은 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승부수였다. 유 감독대행은 "모험을 걸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후회는 없다. 덤덤하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NC 선수단엔 활기를 찾아볼 수 없다. 선수단엔 웃음기가 사라졌고 훈련장엔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유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편하게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면서도 "(감독 교체 뒤)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 (분위기를 추수르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총체적 무기력증에 빠진 NC에 반등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