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희망이라도 잡아야 한다. 한국 축구가 ‘지피지기 백전백승’의 정신으로 ‘전차군단’ 독일 사냥에 나선다. 

요하임 뢰브 감독이 이끄는 독일은 24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후반 종료 직전 터진 토니 크로스의 결승골을 앞세워 2-1 역전승했다. 힘과 높이를 앞세원 스웨덴 밀집 수비에 고전한 독일은 전반 32분 올라 토이보넨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그러나 후반 3분 마르코 로이스의 동점골에 이어 ‘10명이 싸운’ 후반 추가 시간 프리킥 기회에서 크로스가 강력한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스웨덴 골문을 저격했다. 1차전 멕시코전 0-1 패배와 함께 이날 역시 길을 잃고 방황한 ‘디펜딩 챔프’ 독일은 후반 저력을 발휘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독일의 부활은 한국에도 호재다. 이날 독일이 지거나 비기면 한국은 오는 27일 오후 11시 카잔아레나에서 열리는 독일과 최종전 결과와 관계 없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그러나 독일이 스웨덴을 잡으면서 최소 조 2위를 확정한 멕시코(2승·승점 6)를 제외하고 독일, 스웨덴(이상 1승1패·승점 3), 한국(2패·승점 0)이 최종전에서 16강행 남은 한 자리를 두고 겨루게 됐다. 경우의 수에서 가장 불리한 한국은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는다는 가정 아래 독일을 두 골 차로 이겨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카잔의 기적’을 꿈꾸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공격의 시발점’ 右풀백 킴미히 발 묶고, 뒷공간 노려라 

전술에 보수적인 독일은 멕시코와 첫 판에서 미끄러졌지만 2선 요원에만 변화를 줬을 뿐 중심 선수를 그대로 둔 채 4-2-3-1 포메이션을 유지했다. 공격 패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본선 직전 평가전서부터 꾸준히 해온 것을 가동했다. 그중 핵심은 오른쪽 풀백 조슈아 킴미히의 오버래핑이다. 멕시코전에서도 쉴 새 없이 공격으로 올라선 그는 스웨덴전에서도 사실상 윙어처럼 뛰었다. 활동량만 봐도 그렇다. 이날 90분 풀타임을 뛰면서 11.584㎞로 독일 선수 중 가장 많이 뛰었다. 또 크로스 시도 횟수도 1위다. 그는 전반에만 5개, 후반 3개의 크로스를 시도했고, 7차례나 문전을 향했다. 단순히 페널티박스 부근으로 전진해 크로스만 시도하는 게 아니다. 미드필드에서 상대 수비가 조금만 전진하면 전방 공격수를 향해 예리한 침투 패스로 기회 창출에 이바지한다. 이날도 전반 원톱 티모 베르너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으로 빠져들어갈 때 절묘한 25m를 가로지르는 절묘한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구실을 했다.  

반면 킴미히가 전진한 것을 한국은 전략의 요충지로 삼아야 한다. 멕시코가 그랬다. 킴미히가 올라섰을 때 멕시코는 발이 빠른 왼쪽 날개 이르빙 로사노를 활용해 역습을 시도했고, 기어코 결승골까지 성공했다. 킴미히의 동선을 주시하면서 패스 줄기를 끊는 것도 중요하나,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뒷공간을 꼭 파고들어야 한다. 전방에서 뛴 손흥민의 왼쪽 배치 또는 이승우나 문선민처럼 발이 빠른 윙어를 선발진으로 활용하는 것도 해답이다.

◇측면 빠지는 원톱 베르너+토니 크로스 2선 쇄도 막아라 

독일의 두 번째 공격 패턴은 원톱 베르너가 측면으로 자주 빠지면서 2선 요원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이날 전반부터 베르너는 킴미히가 공격 진영 깊숙하게 관여했을 때 오른쪽으로 빠져 연계 플레이를 지속해서 시도했다. 이때 크로스와 로이스가 문전 중앙으로 쇄도, 스웨덴 수비 뒷공간을 허무는 데 주력했다. 몇 차례 득점 기회를 잡는 듯했으나 결정적인 슛까지 만들진 못했다. 그러다가 뢰브 감독은 후반 마리오 고메즈를 투입해 원톱에 둔 뒤 베르너를 왼쪽 날개로 활용, 킥오프 3분 만에 왼쪽에서 로이스의 동점골을 끌어냈다.  

멕시코는 독일을 잡을 때 독일의 이러한 강점을 틀어막고자 중앙 수비와 풀백은 물론, 미드필더와 간격을 최대한 촘촘하게 유지했다. 독일 패스 길목을 차단했고, 되도록 역습으로 나갈 때 원터치 패스를 시도했다. 역습으로 돌아서는 속도와 패스 질이 뛰어난 주장 기성용이 종아리 부상으로 신음하는 만큼 이 부분의 대체 요원을 어떻게 그리느냐가 관건이다. 

이밖에 기술과 속도를 지닌 독일 주전 센터백 듀오 마츠 훔멜스(목 부상)와 제롬 보아텡(경고 누적 퇴장) 라인이 붕괴된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훔멜스의 상황은 지켜봐야하나, 제 컨디션을 한국전까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웨덴전에서 안토니오 뤼디거가 대신 뛰었으나 여러 차례 상대 공격수에게 공을 빼앗기면서 불안한 장면도 노출했다. 보아텡의 빈자리는 니클라스 쥘레가 메울 가능성이 크다. 쥘레는 독일 센터백의 미래로 불리는 자원이다. 그러나 1995년생으로 아직 A매치 출전 경험이 20경기도 되지 않는다. 손흥민은 물론 구자철, 박주호, 차두리 코치까지 독일 분데스리가를 경험한 이들도 상대 수비수 특징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