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한국 축구 대표팀의 새 사령탑에 오른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7일 클린스만 감독이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의 후임으로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까지 약 3년 5개월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1980∼90년대 독일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던 데다 독일과 미국 축구 대표팀, 클럽팀인 바이에른 뮌헨, 헤르타 베를린(이상 독일) 감독을 지내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이미 익숙한 인물이다.

그는 과거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한국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다.

1994년 6월 국제축구연맹(FIFA) 미국 월드컵 C조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은 독일에 2-3으로 패했다.

이때 독일 대표팀에서 뛴 클린스만 감독이 전반 12분 절묘한 왼발 터닝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한 데 이어 전반 37분 멀티 골을 완성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0-3으로 끌려가던 한국은 후반 황선홍, 홍명보의 만회 골로 추격을 시도했지만, 끝내 패배하며 16강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2004년 독일 대표팀 감독을 맡은 클린스만 감독은 같은 해 12월엔 친선 경기를 위해 선수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한국은 김동진과 이동국, 조재진의 득점에 힘입어 3-1로 승리, 앞서 독일에 두 차례 패한 아쉬움을 처음으로 갚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2014년 2월 미국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한국과 한 차례 더 마주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끈 홍명보 감독과 미국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벤치에서 '리턴 매치'를 벌인 것이다.

미국 LA에서 열린 이 경기에선 한국이 0-2로 패해 클린스만 감독은 적장으로선 한국을 상대로 1승 1패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다시 9년이 지나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지도하게 됐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차범근(70) 전 국가대표 감독과도 1980년대부터 친분을 쌓았다.

나이 차이는 11살이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같은 시기에 뛴 적이 있고, 이후에도 우정을 이어왔다.

국내에서 열린 2017년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에는 클린스만 감독이 대회에 출전한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차 전 감독과 안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차범근 감독의 아들인 차두리 FC서울 유스강화실장과도 연이 있는데, 지난해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차 실장이 FIFA 기술연구그룹(TSG)의 일원으로 함께 활동했다.

최근 한국 대표팀 부임설이 나올 때 독일 매체 키커는 "클린스만과 한국이 차두리 실장을 통해 연결됐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