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28·광저우 헝다)과 권경원(26·톈진 취안젠)이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  

이 둘은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수비수들이다. '중국파'들은 한때 태극호의 주축을 이뤘다. 그렇지만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예선을 하면서 '중국화'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 무대에서 뛴 태극전사들의 경기력이 하향곡선을 그린다는 지적이 일었다. 또 슈퍼리그 팀들이 유럽 빅리그 출신 공격수를 영입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설 자리가 줄었다. 장현수(FC도쿄) 정우영(빗셀 고베) 등이 일본으로 무대를 옮겼다. 

김영권과 권경원은 중국 무대에 남았다. 그렇지만 둘이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았다. 2018년 들어 거의 버림받다시피 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신태용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14일 명단(28명)을 발표하면서 김영권과 권경원을 수비수(12명)에 포함했다.  

김영권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슈틸리케 전 감독 아래에선 붙박이 주전이었다. 그랬던 김영권은 지난해 8월 이란과의 아시아 최종예선을 마치고 '설화'에 휘말렸다. 관중의 응원 소리가 그라운드 위 선수들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던 것이 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팬들은 김영권의 발언을 맹비난했다. 김영권은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A매치에서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소극적인 플레이로 신태용 감독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 김영권은 올해 1월 터키 전지훈련 때 가진 몰도바전 출전이 마지막 A매치였다. 3월 유럽 원정 명단에 들지 못했다. 사실상 러시아월드컵 본선과 멀어지는 듯 했다.  

권경원은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A매치에 데뷔했다. 지난해 10월 유럽 원정 명단에 처음 포함됐고, 11월 국내 소집, 12월 동아시안컵 명단에도 올랐다. 그동안 A매치 4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권경원은 경기력으로 신태용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위치선정이 좋지 않았고, 상대 공격수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로 인해 강한 피지컬 등 장점이 희석됐다.  

김영권과 권경원에게 러시아월드컵 출전의 희망이 되살아난 건 김민재(종아리뼈)의 부상 공백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김민재는 주전이 확실시된 중앙 수비수였다. 

신태용 감독은 중국파들을 마지막 기회를 통해 점검하고 싶었다. 김영권과 권경원은 2018시즌 소속팀에서 꾸준히 선발 출전해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김영권은 4년전 브라질월드컵에서 홍정호와 함께 포백 수비라인을 이끌었다. A매치 50경기로 경험이 풍부하다. 권경원은 대형 수비수로의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다. 

둘은 온두라스전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6월1일)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경쟁자는 윤영선 정승현 오반석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