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도쿄올림픽 2관왕에 오르며 '포스트 볼트' 선두 주자로 올라선 러몬트 마르셀 제이컵스(28·이탈리아)가 올해 처음 치른 실외 경기에서 우승했다.

제이컵스는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사보나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콘티넨털 투어 남자 100ｍ 결선에서 10초04로 우승했다. 2위는 10초10에 레이스를 마친 아서 시세(코트디부아르)였다.

제이컵스는 등 뒤로 초속 2.3ｍ의 바람이 불었던 예선에서는 9초99에 레이스를 마쳤다. 남자 100ｍ는 초속 2ｍ 이상의 바람이 불면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애초 5월 8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2022시즌 실외 첫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던 제이컵스는 대회 직전 부상 방지를 이유로 출전을 포기했다.

몸 상태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이컵스는 무난하게 실외 첫 경기를 치르며 우려를 씻어냈다.

제이컵스는 세계육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예선보다 결선에서 더 좋은 기록을 내고 싶었고,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다. 역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나는 오늘 시즌 첫 실외 경기를 치렀다. (7월 15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제이컵스는 지난해 8월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세계적인 스프린터'로 부상했다.

'황제' 우사인 볼트(36·자메이카)가 은퇴한 후 처음 열린 올림픽에서 제이컵스는 100ｍ와 400ｍ 계주 우승을 차지했다.

도쿄올림픽이 개막하기 전 제이컵스는 이탈리아 언론에서조차 메달 후보로 거론하지 않았던 스프린터였다.

그러나 제이컵스는 2021년 8월 1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00ｍ 결선에서 9초80으로 우승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제이컵스의 개인 최고 기록은 9초95였다. 이 기록도 2021년 5월에 세웠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이 시작하면서 제이컵스는 무서운 속도로 기록을 단축했다.

지난해 7월 31일 열린 100ｍ 예선에서 9초94로 자신이 보유했던 이탈리아 기록을 바꾸더니 준결선에서는 9초84로 기록을 0.10초 더 줄였다.

그리고 지난해 8월 1일 오후 9시 50분, 9초80의 놀라운 속도로 질주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제이컵스는 지난해 8월 6일 남자 400ｍ 계주에서도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도쿄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올해 3월 20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60ｍ 결선에서도 제이컵스는 6초41로 우승했다.

2위 크리스천 콜먼(26·미국)의 기록도 6초41이었다.

1천분의 1로 세밀하게 기록을 들여다보니 제이컵스는 6초407, 콜먼은 6초410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제이컵스는 자신의 개인 최고 기록 6초45는 물론이고 유럽 기록(6초42)까지 경신하며 콜먼과의 '포스트 볼트 경쟁'에서 또 한 걸음 앞섰다.

콜먼은 2019 도하 세계선수권대회 100ｍ에서도 9초79로 우승하며 볼트 이후 최고 스프린터 입지를 굳히는 듯했지만, 2021년 4월 도핑 테스트 기피 혐의로 1년 6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아 도쿄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콜먼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제이컵스가 현역 최고 스프린터로 부상했다.

제이컵스와 콜먼은 7월 유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ｍ에서 다시 한번 세기의 대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