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일을 쉬이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야구는 인생과 닮았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방망이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롯데 앤디 번즈가 지난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 동안 홈런을 치고 또 쳤다. 

지금 가장 뜨거운 타자 번즈가 이번에는 올 시즌 맞대결에서 약세를 보였던 KT를 만난다. 게다가 장소는 지난해 고전했던 수원 원정이다. 번즈는 지금의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쳤다하면 장타. 어쩌면 번즈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을 나흘이었다. 번즈가 14일 삼성전부터 17일 SK전까지 4경기에서 기록한 안타 8개는 모두 장타였다. 홈런이 6개, 2루타가 2개다. 덕분에 12~13일 삼성전 5타수 무안타에도 주간 OPS가 1.878로 전체 1위다. 

롯데의 기다림이 결실을 맺는 모양새다. 번즈는 5월까지 타율이 0.239에 머물렀다. 장점인 수비에서도 지난해 같지 않은 빈틈을 보여 원성을 샀다. 퇴출 여론이 일었지만 조원우 감독은 기다렸다. "한 번 몰아치면 올라올 수 있다"고 했다. 

6월 14경기에서 번즈의 타율은 0.380으로 전체 11위, OPS는 1.346으로 3위다. 번즈보다 월간 OPS가 높은 선수는 '4할 타율 도전자' 두산 양의지(1.474)와 홈런왕 경쟁자 두산 김재환(1.423)이다. 

이제 번즈가 만날 상대는 KT다. 지난해는 KT를 상대로 타율 0.310을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는 2경기에서 0.167에 그쳤다. 감이 좋지 않을 때 만났다. 또 수원구장 성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수원 원정 타율은 0.200에 그쳤다. KT를 괴롭힌 건 수원이 아닌 사직. 22타수 9안타를 쳤다. 

강세와 약세가 맞섰다. 뜨거운 번즈가 '물고을' 수원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롯데의 자리도 달라질 수 있다. 식으면 아래로, 끓이면 위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