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자국에서 개최된 것도 있지만, 4강 신화가 월드컵이 대중에게 흡수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2006년 독일월드컵,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2010년 남아공월드컵,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던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국민의 관심은 지속됐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이제 보름 남짓 남았지만, 월드컵의 열기를 좀처럼 느끼기 어렵다. 시작도 전에 '3전 전패'라는 비아냥이 넘쳐난다. 신태용호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30일 서울시청 광장엔 신태용호의 월드컵 선전을 기원하는 행사가 열렸다. 1990, 1994, 1998, 2002 월드컵을 나선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이사, '거미손' 이운재 수원 삼성 코치가 모여 대표 팀을 응원했고,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두 레전드 모두 한국 축구의 위기라는 데 동의했고, 월드컵 성적도 중요하지만, 과정 그리고 투혼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졌지만 잘싸우면 국민은 박수를 쳐준다 

대표 팀에 애정이 있는 국민은 무조건 비판하지 않는다. 이른바 '졌지만 잘 싸우면' 박수를 쳐 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준결승 독일전,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우루과이전이 그랬다. 

각각 독일에 0-1, 우루과이에 1-2로 졌지만 국민은 끝까지 '투혼'을 발휘한 대표 팀과 같이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쳐줬다. 

승패가 있는 스포츠에선 이기는 게 가장 큰 목표지만, 한편으로는 최선을 다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지난 2015년 아시안컵 결승 호주전이 그 예.

한국은 호주에 연장 끝에 1-2로 졌지만, 국민은 박수를 쳐줬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고, 0-1로 끌려가던 후반 45분 기어코 동점을 만든 '투혼'을 봤기 때문이다. 

때론 결과보다 최선을 다하는 '투혼'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2002레전드의 당부 "월드컵 성적 중요하지만, 투혼이 더 중요하다"

'2018년 한국 축구는 위기다'는 말. 2002 레전드는 그 심각성을 더 크게 인지하고 있었고, 후배들에게 투혼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 전무는 "지금 굉장히 한국 축구가 위기고 어려운 시기라고 인지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이 중요하다. 월드컵 후에 한국 축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정립하고 있다. 일단은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기간이 됐으면 좋겠다. (대표 팀이) 다시 우리 국민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고민이 많지만, 대표 팀이 어려움을 넘고 국민의 사랑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코치는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 대표 팀은 투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혼의 모습이 운동장에서 90분 동안 나왔으면 좋겠다. 결과는 다음에 따졌으면 좋겠다. 결과가 아닌 정신적인 부분 등이 투혼으로 나오면 상대를 괴롭힐 수 있다. 그러고 나서 결과를 보자는 이야기다. 부담감을 떨치고 자신감 있게 부딪쳐 보고 도전했으면 좋겠다"며 후배를 응원했다. 

인터뷰 내내 웃음기를 머금었던 이 코치는 기자들에게 "(기사로) 좋은 말씀 잘해주시고 신태용호 응원 많이 해주세요. 나는 못 하지만 언론에서는 응원할 수 있잖아요. 많은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당부했다. 

"월드컵 결과가 중요하지만, 투혼이 더 중요하다"는 2002 레전드의 당부가, 신태용호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