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가 발표됐다.

대표팀 발탁과 탈락 선수들을 놓고 이틀 째 수 없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 중 넥센 이정후는 가장 아까운 탈락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정후는 이미 기량 검증이 끝난 선수다.

지난해 고졸 신인 최초 144경기 전 경기 출장, 최다 안타, 최다 득점 등의 맹활약을 펼쳤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 국제용 선수로서 손색이 없음을 증명했다.

2년차 징크스도 없다. 올 시즌에도 타율 3할2푼1리 21타점 34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기둥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대표팀 선정 위원회는 이정후 대신 박해민을 선택했다.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활용폭을 계산한 선택이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정후의 탈락 후 소감과 각오였다.

이정후는 대표팀 탈락이 결정된 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괜찮다. 내가 아직 부족한 탓이다.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 각오는 분명 남달랐다. 

이어 "어떤 대표팀에도 빠지지 않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목표는 내년에 열리는 프리미어 12대회다. 병역 여부를 떠나 대표팀에 뽑힌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자 소득이기 때문"이라며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한다는 경험이 어떤 것인지 지난 APBC를 통해 깨달았다. 대표팀은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주는 곳이다. 태극 마크를 단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내가 더욱 나아질 수 있는 길이다. 언제 어떤 대표팀에도 어울리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가 주목한 대회가 2020 도쿄 올림픽이 아니라 2019프리미어 12라는 점이 눈길을 끈 대목이었다.

잘 알려진대로 프리미어 12는 병역 혜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회다. 하지만 이정후는 그 대회를 목표로 정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그 무엇도 아닌 국가대표가 그의 목표임을 알 수 있었다. 태극마크가 갖고 있는 무게감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각오였다.

이정후의 말 처럼 대표팀은 개인이 발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한국에서 가장 야구를 잘 하는 선수들이 모인 만큼 서로를 통해 알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젊은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목표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진짜 이유다. 팬들에게 고급야구를 선보이기 위해서도 국제대회 경험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또한 태극마크는 팬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는 최고의 무대다. 국제대회의 승리는 팬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기회다. 이정후가 태극마크 그 자체에 의미를 둔 또 하나의 이유다.

매번 대표팀이 선정될 때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건 태극 마크의 중요성 보다 병역 혜택에 더 관심을 갖는 선수들이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그 선수들이 자초한 부분도 있다. 팬들의 실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이제 고졸 2년차에 불과한 이정후의 대표팀에 대한 각오에 귀를 기울여 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표팀 선수 모두가 태극마크가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