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은 8강에서 성사될 수 있다. 

21세기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와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1)가 가장 원하는 타이틀, 바로 세계 챔피언이다. 두 선수는 소속팀에서 못 이룬 게 없다. 리그,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컵대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등 다양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발롱도르 수상도 나란히 5회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월드컵에서 정상에 선 적은 없다. 호날두의 경우 2016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으나 메시는 아직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의 성적이 관심을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호날두와 메시의 생존여부가 중요했다. 나아가 결승에서 격돌하는 장면도 축구팬들이 그리던 시나리오였다. 익숙한 엘클라시코(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맞대결)가 아니라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싸우는 명장면을 기대했다. 실제로 두 팀 중 한 팀이 1위, 다른 한 팀이 2위를 차지했다면 가능했던 그림이지만 공교롭게도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가 나란히 2위에 그치는 바람에 무산됐다. 대신 두 선수는 대진상 8강에서 만날 수 있다. 결승전은 아니어도 충분히 흥미로운 경기다.

문제는 16강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16강에서 포르투갈은 우루과이, 아르헨티나는 프랑스를 상대한다. 우루과이의 경우 A조에서 전승을 거두며 1위를 차지했다. 루이스 수아레스와 에딘손 카바니 등을 앞세운 화력도 좋지만 3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수비력도 뛰어나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포르투갈 경기력이라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가 만나는 프랑스는 더 강하다. 앙투안 그리즈만, 폴 포그바, 올리비에 지루, 킬리안 음바페 등 수준 높은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조직력도 뛰어난 편이다. 나이지리아를 가까스로 잡고 살아났지만 아르헨티나의 페이스가 너무 떨어진다. 프랑스는 분명 버거운 상대다.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맞대결이 성사되든지, 호날두와 올라가든지, 아니면 메시만 8강에 가든지. 흥미를 끌기에 가장 좋은 경우는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가 모두 8강에 가는 것이지만, 둘 중 하나라도 살아남으면 흥행에 도움이 된다. 두 선수에게 월드컵은 일종의 커리어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어디까지 올라갈지 지켜보는 게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