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NC 베렛, 롯데 듀브론트, 삼성 아델만, 보니야. 사진 |

적응과정일까 희망고문일까.

어느덧 2018시즌도 개막 후 한 달이 지났다. 한 해 농사를 좌지우지할 10개 구단의 전력도 대부분 드러났다. 올시즌엔 지난시즌 포스트시즌에 탈락했던 팀들이 전력보강에 힘쓰면서 리그 수준이 평준화됐다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현재까지 이 전망이 맞아들어가고 있다. 29일 현재 가을 야구 진출 마지노선인 5위 한화와 10위 삼성의 경기차는 4경기에 불과하다. 중·하위권이 촘촘하게 줄지어있어 매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집힌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KT는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도 선전하며 리그 5위에 위치해 있다. 만년 하위권이라는 꼬리표를 벗고 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LG도 파죽의 8연승을 달리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모양새다.

전력보강의 성공 여부는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따라 평가된다. 특히 팀의 1, 2선발을 책임지는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이 중요한 것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상위권 팀인 두산, SK, LG도 두 외국인 투수들의 호성적이 뒷받침되고 있다. 반면 하위권 팀들의 부진 요인에는 기대에 못미치는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이 자리잡고 있다. 하위권 팀 중 외국인 투수로 인해 고민이 깊은 팀은 NC, 롯데, 삼성이다. 세 팀 외국인 투수들의 공통점은 실망을 줬다가 다시 희망을 주는 오락가락한 피칭 내용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NC와 롯데의 위기의 남자 로건 베렛과 펠릭스 듀브론트는 벼랑끝에서 살아났다. 베렛은 개막전에서 5.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지만 이후 부진을 거듭했다. 지난달 31일 롯데전부터 19일 넥센전까지 4경기 연속 부진했다. 5.1이닝이 최다 소화이닝이고 승리없이 3패만 떠안았다. 볼넷도 12개나 내줬다. 팀이 창단 최다 타이인 9연패에 빠졌을 때도 힘이 되지 못했다. 반전은 베렛에 대한 희망이 꺼져가고 있을 때 일어났다. 25일 삼성을 상대로 7이닝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며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했다. 볼넷이 한 개도 없었고, 도망가지 않는 공격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김경문 감독은 “저렇게 던져주면 감독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간만에 베렛을 칭찬했다. 

듀브론트는 높은 기대와 달리 개막 후 5경기에서 최악의 피칭을 했다. 승리없이 4패만 당했고, 많은 볼넷을 내주며 제구에서도 문제점을 노출했다. 무엇보다 구속이 140㎞ 대 초중반에 그치면서 구위로 타자를 제압하지 못했다. 1선발로서 낙제점을 받으며 퇴출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25일 KT와 경기에서 5이닝 2실점으로 나아진 피칭내용을 선보여 한숨을 돌렸다. 

삼성의 두 외국인 투수 팀 아델만과 리살베르토 보니야는 부진과 호투를 반복하고 있다. 아델만은 6경기 2승 3패, 방어율 6.09, 보니야는 6경기 1승 3패, 방어율 6.54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삼성이 기대하는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진 못하지만 잘 던질 땐 희망적인 요소가 보인다. 맞으면서도 대부분 5이닝 이상을 막아주며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이는 게 고무적이지만 매경기 실점하는 점과 볼넷이 많다는 점은 앞으로 고쳐야할 과제다. 

선발 투수가 언제든 잘 던질 수는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인 투수는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기기 위해 데려온 선수다. 실망보단 믿음을 줘야한다. 더군다나 NC, 롯데, 삼성은 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기다려줄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 지금처럼 안정감 없이 기복을 보인다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교체 결단이 내려질 수 있다. 네 외국인 투수가 보여준 기복이 적응과정인지 희망고문인지 판가름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