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8 ACL 16강 1차전 수원과 홈경기에서 후반 22분 김인성의 오른발 결승골로 1-0 신승했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울산은 일주일 뒤인 16일 열리는 수원 원정 경기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울산은 2012년 ACL 우승 이후 6년 만에, 수원은 2011년 4강 진출 이후 7년 만에 각각 8강에 도전한다. 아시아 무대에서 명예 회복을 벼르는 양 팀은 16강 첫 경기인 만큼 초반부터 탐색전을 벌였다. 전반 45분간 유효슛 1개씩만 주고받았다.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거친 몸싸움이 오가면서 잦은 반칙이 나왔다. 흐름이 자주 끊겼다. 그러다가 후반 들어 양 팀 모두 적극적인 공세로 돌아섰다. 킥오프 1분도 채 되지 않아 수원 이기제의 왼발 크로스를 바그닝요가 위협적인 문전 왼발 슛으로 연결했고, 울산은 토요다가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받아쳤다. 

힘겨루기하다가 공격 주도권을 쥔 건 울산이다. 울산은 이전까지 리그에서 3경기째 승리가 없는 수원과 다르게 ACL 포함, 10경기 연속 무패(6승4무) 가도를 달렸다. 게다가 공격진의 분위기도 정반대다. K리그 초반 4골을 몰아넣은 주니오가 부상으로 빠졌으나 대체자 토요다가 최근 2골을 넣으며 공백을 메웠다. ‘만능 공격수’ 오르샤도 리그 3골, ACL 4골을 해냈고, 김인성도 3골을 기록 중이었다. 반면 수원은 데얀은 리그 2골에 그치고 있는데다 최근 2경기째 골이 없다. 화력 컨디션이 나은 울산은 후반 오르샤와 황일수의 측면 공격을 중심으로 수원을 몰아붙였다. 이때 김 감독이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14분 김승준 대신 한승규, 21분 황일수 대신 김인성 등 스피드와 개인 전술을 지닌 공격수를 연달아 투입했다. 반면 서정원 수원 감독은 교체 카드를 쥐고 있었다. 웃은 건 김 감독이다. 김인성이 그라운드를 밟은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결승포를 해냈다. 리차드~오르샤를 거친 공이 페널티 아크 오른쪽으로 흘렀다. ‘스피드 레이서’로 불리는 김인성이 공간을 파고들었다. 신화용 수원 골키퍼가 달려들었으나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변수가 잦은 토너먼트에서 공격 분위기를 잡자 거침없이 두 장의 교체 카드를 공격진에 투입한 김 감독의 뚝심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김 감독은 “한승규가 들어가면서 중앙에서 공격적인 드리블로 흐름을 더 갖고 왔다. 또 김인성을 투입해 상대 왼쪽을 공략했는데 들어가자마자 결과를 냈다”며 “기대한 대로 나온 것 같다”고 웃었다. 

울산 김인성이 후반 첫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당황한 서 감독은 후반 25분 이기제를 빼고 박형진을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데얀과 염기훈을 불러들이고 김건희, 임상협을 차례대로 투입했으나 효력이 없었다. 집중력을 잃지 않은 울산 방어방에 고전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무엇보다 서 감독 애를 타게 하는 건 염기훈의 부상이다. 막판 울산 리차드와 태클에 쓰러졌는데,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서 감독은 “갈비뼈 부상”이라며 “지금 판단이 쉽지 않다. 정밀 진단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잠시 후 수원 관계자는 “염기훈은 오른쪽 네 번째 갈비뼈가 골절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알렸다. 염기훈은 14일 발표되는 월드컵 본선 대비 최종 소집 명단 합류 후보다. 가뜩이나 주력 선수 줄부상에 신음하는 신태용 감독으로서는 주름이 늘게 됐다. 이날 차두리, 김남일 코치가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