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한국시각) 요르단 암만인터내셔널스타디움,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 한일전(10일 오후 10시45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경계할 선수'를 묻는 질문에 일본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10번 지소연'을 지목했다. '한국의 키플레이어' 지소연의 컨디션에 대한 일본 취재진의 질문도 쏟아졌다. 한일전을 앞두고 고베 아이낙 출신 '첼시 에이스',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자존심 지소연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8일 호주와의 1차전에서 A매치 100경기,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베테랑' 지소연은 월드클래스 에이스이자 일본 여자축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다. 일본 여자축구가 독일여자월드컵 우승, 런던올림픽 준우승을 휩쓸던 최전성기인 2011~ 2013년 일본 나데시코리그 '최강' 고베 아이낙에서 3년 연속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지소연의 활약 이후 한국 에이스들의 일본 진출은 더욱 활발해졌다. 조소현(30·노르웨이 아발드네스), 장슬기(24·인천 현대제철), 홍혜지(22·창녕WFC), 이민아(27), 최예슬(20·이상 고베 아이낙) 등 대표팀 선후배들이 고베 아이낙에서 뛰었거나, 현재 뛰고 있다.

승부욕 강한 지소연은 일본을 상대할 때 더욱 이를 악물었다. '킬러 본능'을 드러냈다. 2011년 6월 18일 일본과의 친선전에서 지소연의 골에 힘입어 1대1로 비겼다. 2011년 9월 3일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서 2013년 7월 27일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선 나홀로 2골을 몰아치며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2016년 3월2일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도 1대1로 비겼다. 지난해 12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한일전(2대3 패) 때는 소속팀 사정으로 나서지 못했다. 지소연 개인에게는 2년만의 일본전이다. 2차전 전망을 묻는 질문에 지소연은 "재미있을 것같다. 난타전을 예상한다"고 답했다. 일본을 상대로 적극적인 공격을 다짐했다. "호주전은 사실 수비적으로만 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수비에 집중하게 됐다. 일본전은 다를 것이다. 적극적, 공격적으로 전방에서부터 프레싱하고 강하게 밀어붙일 예정이다."  

일본을 공략할 전략을 선후배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일본은 패스를 잘하는 팀이다. 프레싱을 빠르게,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힘들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패스를 잘 푸는 팀이다. 세대교체를 했다 하더라도 패스를 잘하는 특성은 바뀌지 않았다. 어린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가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 "경험에서는 우리가 앞설 것이다. 호주전처럼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일본과 차이가 많이 났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베 아이낙 시절부터 남다른 우정을 나눠온 '나호언니' 가와스미 나호미가 2년만에 일본대표팀에 재승선했다. 비시즌에 함께 여행을 즐기는 절친도 한일전에서만큼은 눈빛이 달라진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우정도 잠시 미뤄둔다. 2013년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지소연의 멀티골로 승리한 후 소속팀에서 재회한 절친은 일주일간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 한일전은 그런 것이다. 지소연은 "친구든 뭐든, 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나호의 대표팀 승선을 축하해줬지만, 승부는 승부"라고 했다. "나호 언니가 내일 뛸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맞대결을 펼치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일본은 자타공인 아시아 여자축구 강국이다. 2014년 베트남아시안컵 우승국, 2011년 독일월드컵 우승, 2015년 캐나다월드컵 준우승, 2012년 런던올림픽 준우승 등 아시아 최고 성적을 거둬온 팀이다. 월드컵 우승 세대가 하나둘 은퇴하고, 2016년 FIFA 20세 이하 월드컵 3위, 2015년 AFC 19세 이하 선수권 우승 등 연령별 대회에서 성적을 낸 어린 선수들이 가세하며 세대교체 과정을 진행중이다.  

'디펜딩챔피언' 일본의 현재 전력을 묻는 질문에 지소연은 "예전보다 정교함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과도기'라고 본다. 오랫동안 발맞춘 선수들이 은퇴하고 새로운 선수들이 발을 맞추고 있는 단계다. 20세 대표팀에서 잘해온 선수들이 성인대표팀에 올라왔다. 좋은 선수들이지만 20세와 또 다르다. 경험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최종전 호주전을 앞두고 한국을 잡아야 한다. 호주와 비긴 한국은 최종전 베트남전을 앞두고 일본전 승점3점이 절실하다. 이 경기를 잡는 팀이 4강과 월드컵 진출권을 조기 확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소연은 "일본도 우리도 똑같은 상황이다. 월드컵 티켓이 결정되는 승부처다. 우리는 일본전만 생각할 것이다. 일본전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전은 사람들이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된다고 한다. 일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나를 포함해 조소현 언니, 장슬기 홍혜지 최예슬 이민아 등 6명이다. 나 역시 일본에서 뛰어봐서 그런지 일본에게는 이기고 싶다. 절대 지고 싶지 않다. 고베에서 충분히 함께 해봤기 때문에 다들 자신감이 붙어서 왔다. 1대1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스피드, 피지컬, 실력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지소연이 생각하는 일본 키플레어를 물었다. "8번 이와부치 마나, 10번 사가구치 미즈호를 경계해야한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어던 이와부치는 16세, 17세 때부터 봐서 친하다. 박스안에서 움직임이 좋다. 양발 드리블을 한다. 사가구치는 경험이 많은 선수다.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일본과의 2차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다. 프랑스로 가는 길,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눈을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