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벌써 3번째, 동일 선수에게 연달아 패하고 있는 WTA 1,2위
올해만 벌써 3번째, 동일 선수에게 연달아 패하고 있는 WTA 1,2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WTA는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와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의 양강체제가 구축됐다. 코코 고프, 제시카 페굴라(이상 미국),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등의 도전은 일시적인 신기루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22~24 시즌은 시비옹테크가 이끌었다면 올해는 사발렌카의 질주가 돋보이는 형국이다.
한 대회에서 세계 1,2위 선수가 같은 선수에게 덜미를 잡히며 패하는 경우는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우선 세계 1,2위라는 랭킹 자체가 그렇다. 세계 1,2위라면 대회 1번 시드와 2번 시드를 말한다. 이들은 대진표 박스 최상단과 최하단에 위치한다. 결승이 아니고서야 이 둘의 맞대결을 성사되지 않는다.
올해 초부터 WTA 세계랭킹 1,2위는 변하지 않고 있다. 1위 사발렌카, 2위 시비옹테크다. 4월 22일 현재, 이 둘이 같이 출전했던 대회는 1월 호주오픈(GS), 2월 도하오픈, 두바이오픈, 3월 인디언웰스, 마이애미오픈(이상 WTA 1000), 4월 슈투트가르트오픈(WTA 500) 등 총 여섯 대회다. 그리고 이 모든 대회에서 사발렌카가 1번 시드, 시비옹테크가 2번 시드를 받고 출전했었다.
우선 시비옹테크는 올해 개인전 준우승조차 없다. ATP/WTA 혼성대항전이었던 유나이티드컵에서 모국 폴란드의 준우승을 이끌었으나 이는 개인전이 아니었다. 시비옹테크의 올해 최고 성적은 4강만 3회이며, 시즌 성적은 22승 7패(75.9%)이다.
반면 사발렌카는 올해 2우승, 3준우승의 실적을 쌓고 있다. 올해 일곱 대회에 출전해 2월 중동 대회에서만 조기 탈락했고, 나머지 대회에서는 모두 결승까지는 올랐다. 결승 문턱도 못 밟으며 랭킹포인트 방어에 계속 실패하고 있는 시비옹테크와의 포인트 격차를 계속 벌리고 있는 사발렌카이다. 사발렌카의 시즌 성적은 25승 5패(83.3%)이다.
그런데 사발렌카의 준우승 세 차례를 주목해야 한다. 사발렌카를 결승에서 꺾은 선수들은 모두 시비옹테크에게 패배를 안긴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세계 1,2위 선수가 동일 대회, 동일 선수에게 패한 것은 아직 시즌의 3분의 1 밖에 지나지 않은 현재, 세 차례나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첫 시작은 그랜드슬램 호주오픈이었다. 이 대회에 챔피언이었던 매디슨 키스(미국)는 4강에서 시비옹테크를(5-7 6-1 7-6(8)), 결승에서 사발렌카를(6-3 2-6 7-5) 꺾었다. 그랜드슬램에서 같은 선수가 세계 1,2위 선수를 꺾고 우승한 것은 2009년 이후 16년 만이었다.
두 번째는 WTA 1000 인디언웰스였다. 이번에는 10대 미라 안드레예바(러시아)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줬다. 안드레예바는 4강에서 시비옹테크를(7-6(1) 1-6 6-3), 결승에서 사발렌카를(2-6 6-4 6-3) 제압했다. 이 우승으로 안드레예바는 세계 톱 10 진입에도 성공했다.
흔치 않은 기록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이어졌다.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였다. 시비옹테크의 천적으로 알려진 오스타펜코는 별명 답게 8강에서 시비옹테크를 6-3 3-6 6-2로 제압했다. 상대전적 6전승이다. 클레이코트의 여제라 불리는 시비옹테크였지만 오스타펜코 앞에서는 여전히 작은 선수였다. 그리고 오스타펜코는 사발렌카마저 6-4 6-1로 돌려세우며 14개월 만에 WTA 투어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한 대회에서 세계 1,2위를 꺾는다는 것은 당연히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리다. 그만큼 나오기 힘든 기록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올해에는 벌써 세 번이나 이 기록들이 탄생했다. 어쩌면 '스타제조기'를 만들고 있는 시비옹테크와 사발렌카인 셈이다.
WTA는 여전히 사발렌카와 시비옹테크의 양강체제이다. WTA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사발렌카와 시비옹테크의 기사가 헤드라인으로 먼저 게시된다. 하지만 시즌 초반 분위기는 예년과 다른 모습이다. 세계 1,2위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꽤나 오랜 기간 지속됐던 사발렌카, 시비옹테크의 양강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
사발렌카와 시비옹테크는 모두 클레이코트에서도 강했다. 본격적인 클레이시즌이 개막한 올해 봄, 이들의 양강체제는 이어질 수 있을까. 동일 선수에게 패하는 세계 1,2위 기록이 지속된다면, WTA는 양강체제 대신 춘추전국시대로의 회귀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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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alfonso@mediaw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