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검증소 뉴스]“불펜 쉬세요” 보니야의 에이스 마인드
지난해 김 감독에게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와 재크 패트릭은 마치 금지어 같았다. 경기 전 브리핑에서 두 투수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김 감독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말을 아껴도 김 감독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5일 어린이날 한화와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의 입에서 외국인 투수의 이름이 나왔다. 김 감독은 전날 선발이었던 외국인 투수 리살베르토 보니야의 이름을 꺼냈다.
“자기가 더 던지고 싶다고 그랬어요. 왜냐고 물어보니까 ‘불펜 투수들을 쉬게 해 주고 싶다’고 그러더군요. 감독으로서 참 기특하더라고요.”
이날 보니야는 경기 초반 극심한 제구 난조를 딛고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투구 수는 112개. 6회 수비를 마치고 코칭스태프가 교체 의사를 물어봤지만 보니야는 불펜을 생각해 1이닝을 더 던지겠다고 했다. 비록 장필준이 무너져 승리는 날아갔지만 김 감독은 내심 뿌듯해했다.
삼성 재건의 임무를 안고 이번 시즌 새 외국인 투수로 합류한 보니야의 시즌 초반 전망은 어두웠다. 보니야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에서 부진했고 지난달 27일 KIA와 데뷔전에서도 3⅓이닝 9실점으로 무너졌다.
이번 시즌 10경기에 등판한 보니야의 경기당 투구 수는 103.3개로 리그 8위다. 6경기에서 100개를 넘겼다. 지난달 22일 KT와 경기에선 6.2이닝 동안 공 112개를 던졌다. 5월 3경기에선 112개, 113개, 111개를 던졌다.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적은 2번뿐이다.
책임감에 더해 경기 내용까지 좋아졌다. 24일 보니야는 롯데와 경기에서 7⅓이닝 1실점 호투로 9-2 승리를 이끌고 시즌 3승을 챙겼다. 한국 무대에 적응을 마친 듯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앞세워 자신 있게 공을 뿌렸다. 이 경기에서 투구 수는 98개. 이닝 당 투구 수를 15개 안팎으로 끊어 냈다.
보니야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선발투수의 책임감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결과가 안 좋더라도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 불펜을 쉬게 해 주겠다는 의지를 코칭스태프에게 보냈다. 김 감독을 웃게 하는 이름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