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씨배 1국서 흑 잡고 이긴 신진서, 2국은 백으로 끝낸다
덤 7집반 응씨배, 역대 결승전 백 승률은 19승 17패
대다수 프로기사는 덤 많은 백이 편하다는 중론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응씨배 첫 우승에 도전하는 신진서(23) 9단은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셰커(23) 9단과의 결승 1국 돌 가리기에서 흑백을 선택할 수 있는 우선권을 잡았다.
대다수 관계자는 신진서가 당연히 백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기원 규정에는 흑이 백에 제공하는 덤이 6집반이지만, 중국기원과 응씨배 규정은 덤이 7집반이어서 백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프로기사들의 중론이다.
그런데 신진서는 1국에서 우선권을 갖고도 백이 아닌 흑을 선택했다.
개회 행사를 주재한 창하오 중국위기협회 주석은 잘 못 들었다는 듯이 신진서에게 되물어보기도 했다.
응씨배 1국에서 승리한 신진서 9단[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진서는 1국이 끝난 뒤 "(흑이나 백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1국을 졌을 때는 2국을 좀 더 (유리한 백을 잡고) 편하게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역대 1∼8회 응씨배 결승 시리즈의 흑백 승률을 살펴보면 백이 19승 17패로 앞선다.
무조건 백이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는 수치다.
그런데 초창기보다 근래 들어 백의 승률이 훨씬 높다는 점이 흥미롭다.
1·2회와 4·5회 대회 결승에서는 흑 승률이 높았고 3회와 6∼8회는 백 승률이 높았다.
바둑에서 먼저 두는 흑이 유리한 것은 포석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흑이 백에 덤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로기사들이 대부분 포석에 대한 연구를 마쳐 흑이 크게 유리할 것도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16년 전 세계 바둑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인공지능(AI) 알파고 등장 이후 프로기사들이 AI를 통한 포석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흑의 선착 효과가 상당히 줄었다.
신진서(왼쪽) 9단과 셰커 9단의 응씨배 결승 1국[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목진석 바둑 국가대표 감독은 "사전에 1국에서 우선권을 가지면 흑을 선택하자고 상의한 것은 아니지만 신진서가 2국을 좀 더 편하게 두고 싶었던 것 같다"라며 "흑을 잡은 1국에서 승리하면 더욱 유리해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을 되돌아보면 신진서는 1국에서 흑을 잡으며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그런 1국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신진서는 2국에서 좀 더 유리한 백을 쥐고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각오도 엿보인다.
만약 2국 결과 1승 1패가 되면 최종 3국에서는 양 선수가 다시 흑백 돌 가린다.
◇ 역대 응씨배 결승전 흑백 승패표(흑 기준)
대회 | 흑 기준 결승전 승패 |
1회 | 3승 2패 |
2회 | 3승 2패 |
3회 | 1승 3패 |
4회 | 3승 1패 |
5회 | 3승 1패 |
6회 | 2승 3패 |
7회 | 1승 3패 |
8회 | 1승 4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