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김용대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원정 경기에서 공을 돌려세우고 있다.

신들린 선방쇼를 펼친 수원 신화용. 

‘누가 누가 더 잘 막나,’

골이 나진 않았지만 양 팀 베테랑 골키퍼의 선방쇼 보는 재미로 가득했다. ‘수요일 3연전’을 앞둔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가 수문장의 묘기 같은 선방으로 첫 맞대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수원은 6승3무2패(승점 21)로 2위를 지켰고, 울산은 4승3무4패(승점 15)를 기록, 7위에서 8위로 한 계단 밀려났다.

신화용(35·수원)과 김용대(39·울산 현대). K리그1을 대표하는 두 골키퍼들은 서로를 마주보고 ‘장군 멍군’ 하듯 화려한 선방쇼를 펼쳤다. 둘 다 시즌 초반 예년 같지 않은 컨디션으로 경기력이 저조했다. 후배들에게 주전 수문장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했으나 이날 건재를 과시하면서 베테랑의 품격을 뽐냈다.  

지난 1월 부상을 입은 신화용은 3월 말 복귀해 다시 골문을 지켰으나 안정감이 떨어졌다. 지난달 초 시드니FC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도 결정적인 실수로 선제골을 내주면서 1-4 대패 빌미를 제공했다. 5월의 첫 경기인 이날 신화용은 울산의 결정적인 슛을 연달아 슈퍼세이브로 처리했다. 이날 울산은 9개의 슛 중 7개를 유효슛으로 연결하는 집중력을 보였다. 그럼에도 신화용 손에 번번이 걸렸다. 특히 전반 42분 김승준과 일대일 상황에서 신화용이 몸을 던져 막아내더니 후반 10분 오르샤가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때린 회심의 슛도 동물적으로 쳐냈다. 한승규가 시도한 3차례 유효슛도 모두 신화용에게 막혔다. 

이전까지 올 시즌 4경기 출전에 그친 김용대도 특유의 안정감 있는 방어로 수호신 구실을 했다. 후반이 압권이었다. 킥오프 6분 만에 수원 염기훈이 문전에서 때린 왼발 슛을 넘어지며 쳐내더니 10분 뒤엔 전세진~크리스토밤의 연이은 슛을 선방했다. 후반 막판 수원의 거센 공세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양 팀은 이날 경기를 시작으로 일주일 간격으로 만난다. 9일과 16일 각각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 1, 2차전에서 격돌한다. 

한편, 양 팀 수장들은 최근 FC서울 감독직에서 물러난 황선홍 감독과 관련해 착잡한 심정을 보였다. 황 감독과 1990년대 국가대표팀 공격진을 이끈 이들은 “남 일 같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 감독은 “그것(황 감독 사퇴 소식)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친한 선배이기도 한데, (슈퍼매치 라이벌로) 누구보다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결과에 의해 판단돼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 사실 많이 놀랐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황 감독 사퇴 과정에서 불거진 주력 공격수 박주영의 SNS 파동과 관련해서 소신 발언했다. 그는 “선수 표현 자유는 존중한다. 다만 갈등이 있으면 당사자끼리 풀어야 한다”며 “가뜩이나 축구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은데 나쁜 얘기를 내부에서 해결하지 않고 알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그런 것은 선수단에 엄하게 하는 편”이라고 강조했다.